구조적 해석방법이란 그림의 여러 가지 구조적 요소들, 예를 들어 그림의 크기, 그림을 그려 나간 순서, 그림을 종이의 어느 위치에 그렸는가 하는 것과 같은 요소들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하나하나 고려하는 해석방법이다. 즉 각 요소의 특징이 의미할 수 있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한 가설들을 도출하고, 그것이 다른 구조적 요소에 근거했을 때도 일치하는가, 그림이 주는 인상과도 일치하는가, 다른 심리 검사자료나 임상적 관찰, 면담자료와도 일관되는가 등에 근거하여 가설을 채택하거나 기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림을 과도하게 크게 그렸다면 첫째, 경조증 상태에서의 자아팽창일 수 있고, 둘째, 과도하게 성취 수준이 높을 수 있고, 셋째, 충동 조절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등의 가설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이 가운데 가장 적절한 가설이 무엇인지를 다른 자료들에 근거하여 채택하는 것이 구조적 해석방법이다.
구조적 해석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유념해야 할 점은 절대로 일대일 해석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무 그림 밑에 지평선처럼 선을 그릴 경우 '안정감에 대한 욕구가 있는 것이므로, 내적 불안정감이 있을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그러나 이 가설은 다른 임상자료를 함께 고려하여 채택하거나 기각해야 하는 가설이지, 그런 선을 그렸다고 해서 '이 아동은 불안정하다'라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밑에 선을 그리는 것을 유치원 같은 곳에서 배우거나 습관적으로 그냥 그리는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집 그림에서 굴뚝에 연기를 그릴 경우 '채워지지 못한 애정욕구가 강하다'라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그러나 굴뚝이나 연기를 그렸다고 해서 반드시 '이 아이는 애정욕구가 강하다'고 해석해서는 안 되며 이를 뒷받침하는 다른 임상자료들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다음에서는 여러 가지 구조적 요소들이 무엇을 의미할 수 있는가를 제시할 것인데, 설명의 간결성을 위해 이러한 해석 지침이 여러 가지 가능한 가설을 제시하는 것일 뿐이며, 각 구조적 요소에 'A이면 B이다'와 같은 식으로 일대일로 대응되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님을 반복해서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사실을 반드시 염두에 두고 피검자를 이해하는 데 유용하면서도 올바른 방식으로 다음 해석 지침을 적용해야 한다.
그림의 구조적 요소는 크게 13가지 정도로 구분할 수 있다. ①그림을 어떻게 그려 나갔는가, ② 그림의 크기가 적절한가, ③ 그림을 종이의 어느 위치에 그렸는가, ④ 연필을 얼마나 힘주어 눌러 그렸는가, 즉 필기구 압력이 얼마나 강한가, ⑤ 선의 질이 어떠한가, ⑥ 그림의 세부 특징을 어떻게 묘사하였는가, ⑦ 그림을 그리다가 지운 적이 있는가, 무엇을 지웠는가, ⑧ 그림의 대칭적인 측면을 강조했는가, ⑨ 눈이나 코, 혹은 창문과 같은 그림의 일부분을 왜곡하거나 빠뜨린 것이 있는가, ⑩ 척추뼈가 보이게 사람을 그리는 등 투명성이 나타났는가, ⑪ 그림의 대상이 움직이고 있는 모습으로 그렸는가, ⑫ 종이의 방향을 돌려가며 그렸는가, ⑬ 그리라고 지시한 것 이외의 것을 더 부가해서 그렸는가, 무엇을 더 그렸는가 등이다.
1) 그림을 그려 나간 순서
그림을 그리는 순서 및 그리는 양상의 추이를 살펴보면, 피검자의 내적인 갈등과 그러한 갈등이 주는 심리적 위협을 어떻게 방어하는가에 대한 양상을 알아볼 수 있다.
(1) 그림을 그리다가 다시 그렸을 때 변화된 점
그림을 그리다가 먼저 그렸던 그림을 지우고 다시 그릴 때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어깨가 왜소한 사람을 그렸다가 이를 지우고 크고 건강한 어깨를 가진 사람을 그렸다면, 이 피검자는 어떤 새로운 상황에 처했을 때 쉽게 열등감을 느끼지만 다음 순간 다른 사람에게 강해 보이려고 노력하고, 때로는 그렇게 가장해 보이려는 경향이 있다는 등의 가설을 세울 수 있다.
(2) 그림과 그림의 순서 비교
그림과 그림의 순서를 비교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만일 남자 피검자가 사람을 그릴 때 먼저 딱 버티고 서 있는 크고 위협적인 여자를 그리고 난 다음에, 움츠리고 서 있는 작은 남자를 그렸다면, 이 피검자는 여성에 대해 위협적이라는 표상을 가지고 있지만 남성에 대해서는 위축되고 수동적인 존재라는 표상을 가지고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3) 선의 질의 변화
그림을 그려 나감에 따라 선의 질이 변화한다면 그것도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옅게 스케치하듯이 그리다가 그 선위에 점차 여러 번 덧칠을 하여 진하게 하려고 한다면, 이는 이 피검자가 매우 자신감이 없고, 이 때문에 어떤 일을 수행할 때 불안감을 느끼나, 이를 보상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이라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또, 처음에는 선을 정교하게 그리다가 점차 진행될수록 대충 아무렇게나 그려버린다면, 이 피검자는 어떤 익숙하지 않은 과제에 꾸준히 집중하기 어렵고 산만한 스타일이거나 다소 충동적이고, 무슨 일에나 쉽게 싫증을 내는 면이 있을 수 있다.
(4) 그림을 이상한 순서로 그릴 경우
그림을 특정한 순서로 그려야 한다는 것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나, 순서가 너무 이상할 정도로 왜곡된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사람을 그릴 때 발을 가장 먼저 그린 다음, 머리, 무릎, 다리, 팔 순으로 그렸다면, 이는 매우 일반적이지 못한 것으로 사고장애나 전반적 발달장애 환자에게서 관찰되는 특성이다.
(5) 그림을 그리는 과정 동안의 수행 수준의 변화
HTP와 같이 서너 장의 그림을 그릴 때 그 추이를 분석하는 것도 피검자의 에너지 수준, 피검자의 주된 충동 및 이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 등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림을 그려가면서 점차 그림 그리는 속도가 느려지고 에너지 수준이 감소해 보인다면, 이는 '피검자가 심적 에너지를 투여해야 하는 자극 상황에서 쉽게 지치고 피로감을 느낀다', 혹은 ' 이 피검자에게 가용한 심적 에너지는 매우 적은 편이다', 혹은 '현재 우울한 상태에 있다'와 같은 가설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또 반대로 처음에는 윤곽선만 겨우 그렸으나 점차 적극적으로 정교하게 그리기 시작했다면 이는 이 피검자가 심리적 자극을 받을 때 연상과정이 활발해지고 심적 에너지 수준이 높아짐을 의미할 수도 있고, 처음에 어떤 자극 상황에 처하면 쉽게 상황적 불안을 느끼지만 점차 안정되어 갈 수 있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
또, 집이나 나무와 같은 사물을 그릴 때는 수행을 잘하였으나, 대인 관계적 혹은 자기 개념적 요소가 더욱 명백하게 반영되는 사람 그림을 그릴 때 불안감의 징후가 현저하게 나타났다면, 이는 대인관계 영역에서의 어려움, 갈등, 결핍 등과 관련한 성격적 문제가 있음을 시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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