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그림의 구조적 해석
여러 그림 가운데 특히 나무와 사람 그림에는 "신체상" 혹은 "자기개념"과 같은 성격의 핵심적 측면이 나타나게 된다. 그중에서도 나무에는 좀 더 깊고 무의식적인 핵심 감정이 드러나는 한편, 사람 그림에서는 좀 더 의식적인 수준에서 자기 자신과 환경과의 관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스키마가 반영된다. 즉, 나무는 좀 더 심층적인 수준에서의 자기와 자기개념에 부여된 내면 감정이 투영되는 반면, 좀 더 현실 생활에서 느끼고 있는 자기 자신에 대한 태도와 감정들은 사람 그림에 투사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정은 사람 그림보다 나무 그림에서, 나중에 다시 한번 그려보도록 했을 때도 나무의 기본적인 특징이 그다지 달라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에서도 지지되고 있다. 다른 여러 가지 검사 결과들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장기적인 심리치료를 하였을 때 나무 그림에서 병리적인 징후들이 감소되었는지 여부를 통해 치료적 호전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또 나무 그림은 피검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자기상이 투영되리라는 짐작이 덜 되므로 방어가 덜 일어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벅(1948)은 나무 그림에 대한 가정을 논하면서, 나무의 기둥은 피검자의 내적 자아 강도에 대한 주관적인 느낌을 나타내고, 나무의 가지는 환경으로부터 만족을 추구하는 피검자의 능력을, 그리고 나무의 전체적인 조직화는 피검자의 개인 내적인 균형감을 반영한다고 주장하였다. 다음에서는 나무 그림의 각 개별적 요소가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 구조적 해석에 필요한 여러 가지 가능한 가설들을 제시하였다.
1) 나무 기둥
나무의 기둥은 나무를 지탱해 주는 기능을 하는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므로, 상징적으로 그 피검자의 성격 구조가 얼마나 견고한지, 즉 자기 혹은 내면화된 자기대상의 힘을 나타내준다.
(1) 기둥의 윤곽선
윤곽선을 그릴 때 지나치게 필기구 압력을 강하게 그렸다면, 이는 자기 자신의 성격 구조에 대한 위협에 지나치게 방어하려는 경향, 때로는 자아가 혼란스러워지고 분열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이에 대한 방어적 경향성을 의미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너무 흐리고 연하게 그렸다면 이는 정체성 상실, 성격 구조 즉 자아의 붕괴에 대한 긴박감, 강한 불안감을 나타낼 수 있다.
(2) 나무 기둥을 생략한 경우
이는 극히 드문 경우로, 자아 강도가 극도로 악화되었거나 와해되어 정신증적 상태에 있음을 나타낼 확률이 높으며, 때로는 심한 자기 부적절감, 지나친 억제 경향성 및 회피성, 수동성을 의미할 수도 있다.
(3) 기둥의 모양과 크기
기둥을 지나치게 넓고 크게 그렸거나 너무 높이 그린 경우, 실제로는 내적 성격 구조가 약하고 자아 강도가 부족하면서도, 이로 인한 불안감을 과잉 보상하고자 시도하고 있음을 의미할 수 있다. 반대로 너무 좁고 약하게 그렸다면 실제로 자기 자신에 대해 위축되고 약하게 느끼고 무력해 있음을 의미할 수 있다. 나무 기둥을 너무 휘어지거나 기울어지게 그린 경우는 내적 자아의 힘이 어떤 외적인 요인에 의해 손상되거나 압박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음을 나타낼 수 있다. 드물지만 기둥의 끝 쪽이 땅 쪽으로 휘어지게 그렸다면 이는 우울감을 시사할 가능성이 높다. 기둥의 위쪽 부분을 둘 이상으로 갈라서 그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분열된 나무'라고도 부른다. 이는 세상 속의 자기 자신에 대한 혼란감, 자기 분열감을 시사하는 것으로 가정되며, 주로 정신분열증 환자에게서 나타난다.
(4) 그루터기만 그린 경우
나무 기둥이나 가지 등을 그리지 않고 나무 밑동이나 그루터기만 그리는 경우가 드물게 있는데, 이는 심한 유약감, 위축감과 우울감을 의미한다.
(5) 기둥에 옹이구명을 구려넣는 경우
나무 기둥이 그 사람의 성격 구조와 자아라면, 거기에 그려진 옹이구멍은 흔히 성장 과정에서 경험한 외상적 사건, 자아의 상처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존 연구에 의하면, 옹이가 기둥의 한쪽 면에서 반대쪽 면까지 그려졌을 경우는 기둥의 전체적 통합성을 해치는 것이므로, 상당한 자아의 손상감과 상처를 유발했던 외상적 사건이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또한 옹이가 기둥 옆을 파먹은 것처럼 그렸다면 그러한 외상이 신체적 손상감과 관련된 것일 수 있다. 또 옹이가 기둥의 어느 정도 높이에 그려졌는지가 그러한 외상 경험이 언제쯤 있었는지를 시사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기둥이 그 사람의 실제 나이 30세를 나타낸다면, 옹이가 밑에서 1/3 지점에 그려지면 그 사건이 10세에 일어났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성은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기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6) 옹이구멍 안에 동물을 그려 넣은 경우
이는 상징적으로 좀 더 안전한 장소, 자신이 위축되어 그 안에 숨고 싶은 그런 장소를 찾고 싶다는 소망을 의미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일시적으로 퇴행을 함으로써 그동안 손상되고 고갈된 자아의 힘을 회복하고 보상하고 싶은 욕구를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다. 이때 피검자는 나무보다는 그 동물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자기 자신을 투시하고 있는 것이며, 분석적인 의미에서 '자궁으로의 회귀'를 의미할 수 있다.
(7) 나무 기둥과 가지를 일차원적으로 그린 경우
이는 그리 흔하지 않은 경우로, 지능이 낮아 제대로 된 나무 그림을 그릴 수 없는지 혹은 기질적인 손상이 있는지를 의심해 볼 수 있다.
2) 뿌리
뿌리는 땅에 그 나무가 설 수 있도록, 땅에 든든히 기반할 수 있도록 해주는 부분이다. 그 때문에 나무 그림에서의 뿌리는 상징적으로 그 사람이 내적으로 느끼는 자기 자신에 대한 안정감, 자기 자신의 근본적인 모습에 대한 이해와 관련될 수 있다.
(1) 뿌리를 그리지 않은 경우
현실이나 세상에 안정되게 설 수 있는 기반을 그리지 못했음을 나타내므로, 현실 속에서의 자기 자신에 대한 불안정감, 자신 없음을 나타낸다.
(2) 뿌리는 그리지 않고 땅은 그린 경우
이는 상징적으로 내적 자기와의 단절감을 느끼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의 안정감을 느끼고 있음을 의미할 수 있다. 그러나 지면에 나무가 닿아 있는 것이 아니라 붕 떠 보이는 인상을 준다면 이는 현실과의 접촉, 현실검증력이 불안정하거나 내적인 불안정감을 느끼고 있음을 나타낼 수도 있다.
(3) 나무 기둥을 종이 밑면까지 그린 경우
이렇게 종이 밑면을 나무가 땅과 맞닿아 있는 부분으로 표현한 경우는, 자기 자신의 내적 자원을 통해 안정감을 얻지 못하고 무언가 외적인 자원을 통해 안정감을 얻고자 하는 욕구를 의미할 수 있다. 그러므로 좀 더 미숙하고 퇴행적이며 의존적인 성향을 반영할 수 있으며, 상당한 자기부적절감, 이와 관련된 우울감을 시사할 수 있다.
(4) 뿌리를 강조하여 그린 경우
뿌리를 지나치게 강조해서 그렸다면, 이는 실제로는 자기 자신에 대해 불안정하게 느끼지만 이에 대해 과도하게 보상하려고 시도하고 있음을 의미할 수 있다. 때로 뿌리를 마치 동물의 발톱처럼 뾰족뾰족하게 그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자아가 붕괴할 것 같은 상태에서 심한 공포감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초기 정신증적 상태, 혹은 전정신증적 상태와 관련된다고 할 수 있다.
(5) 투명성
땅을 그려놓고도 그 속으로 뿌리가 훤히 비치게 그리는 경우는 현실검증력의 손상을 시사할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러나 집 그림에서와 마찬가지로 5세 이하의 어린 아동들의 그림에서는 이러한 양상이 정상적인 현상일 수 있다.
'심리학 > 그림을 통한 아동.청소년의 심리진단 및 이해' 카테고리의 다른 글
HTP 다양한 구조적 해석 - 사람(1) (0) | 2022.07.07 |
---|---|
HTP 다양한 구조적 해석 - 나무(2) (0) | 2022.07.06 |
HTP 다양한 구조적 해석 - 집(3) (0) | 2022.07.06 |
HTP 다양한 구조적 해석 - 집(2) (0) | 2022.07.05 |
HTP 다양한 구조적 해석 - 집(1) (0) | 2022.07.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