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그림의 구조적 해석
나무 그림과 마찬가지로 사람 그림에는 '자기개념'이라는 성격의 핵심적 측면이 투사되어 나타나게 된다. 전술했듯이 좀 더 무의식적이고 심층적인 자기개념이나 핵심 감정이 투영되는 나무와 달리, 사람 그림에는 좀더 그 사람의 의식적인 수준에서 가지고 있는 자기개념, 자기 표상, 자기에 대해 가지고 있는 태도나 여러 가지 감정들이 투사된다. 때로는 자기뿐 아니라, 자신에게 자기 대상적 충족을 주는 여러 가지 유의미한 자기 상대적 인물, 유의미한 타인의 표상이나 그에 부여된 감정들이 투사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차이는 그림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다른 검사들을 종합하여 구분할 수 있다. 특히 아동의 그림에는 이러한 자기 개념적 요소, 여러 가지 정서적 측면뿐 아니라 발달적 성숙의 징후들이 반영되어 나타나므로 이를 잘 고려해야 한다. 또한 아동은 인지발달의 수준상 자기중심성이 현저한 상태이기 때문에 부모와 같이 자기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을 그리는 경향이 더욱더 강하며, 그렇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그리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그렇지 않은 경우에 이는 여러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으므로 주의 깊게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동이 검사자를 그렸다면 이는 매우 외롭고, 지금 당장 아무에게라도 관심과 사랑을 얻고 싶은 상태임을 의미할 수 있다.
1) 머리
(1) 머리
사람 그림에서 머리는 상징적으로 아동의 인지적 능력, 즉 지적 능력 및 공상 활동에 대한 정보를 나타낼 수 있다.
ⓐ머리를 그리지 않은 경우 : 이는 매우 드문 경우로, 사고장애나 신경학적 장애가 있는 경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때로는 물건이나 모자 등에 머리가 다 가려지게 그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아동이 자신의 지적 능력에 대해 매우 자신이 없고 불안감을 느끼거라, 자신의 공상 세계에만 몰입하고 세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나아가기를 회피하고 있음을 반영할 수 있다.
ⓑ머리의 크기와 형태 : 머리를 너무 크게 그린 경우는 자신의 지적 능력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지만 이를 과도하게 보상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어서, 오히려 반대로 과시적으로 표출하거나 내적인 소망 충족 적 공상에만 과도하게 몰두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할 수 있다. 하지만 6세 이하 아동의 경우는 몸보다 머리를 크게 그리는 것이 정상적이며, 이들의 인지적, 정서적 성숙의 수준을 반영하는 것이다. 반대로 너무 작게 그렸다면 이는 자신의 지적 능력, 공상 세계와 관련된 부적절감을 느끼고 있으며, 지적인 표현과 관련하여 수동적이고 억제적이고 위축된 태도를 보일 수 있음을 나타낸다. 머리를 둥글게 그리지 않고 네모나 세모와 같은 도형 모양으로 그리는 등 전형적인 머리 형태와 다를 경우 이는 지적 능력의 왜곡, 장애를 나타낼 수 있으며, 사고장애나 신경학적 장애가 있는지를 의심해야 한다.
ⓒ머리와 몸의 연결 : 머리가 몸과 연결되지 않고 떨어져 있다는 것은 생각, 인지와 같은 지적 능력과 몸의 다른 부분이 서로 적절한 관련을 맺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는 정신과 신체의 통합이 어려운 사고장애, 신경학적 장애의 가능성을 시사할 수 있다.
(2) 얼굴
ⓐ얼굴의 어느 면을 그렸는가 : 때로 얼굴을 그리지 않고 뒤통수를 그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아동이 "세상과 직면하기"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외모에 대해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고, 자신 없어 하며 이와 관련되어 매우 예민해지고, 세상에 대해 억제적이고 회피적인 태도를 갖게 되었음을 시사할 수 있다. 억압된 분노감이나 거부적인 태도를 반영하기도 한다. 옆얼굴을 그리는 경우에는 자신감이 부족하거나 자기 외모가 창피하고 걱정이 되어 직접적인 사회적 접촉을 피하고 있을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다. 그리고, 드물지만 얼굴의 반은 옆얼굴, 반은 정면으로 그리는 등 아주 혼란된 형태로 그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대부분 사고장애나 신경학적 장애를 시사한다.
ⓑ수염 : 외국 아동의 경우 남자 그림에서 수염을 그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쾌락이나 힘을 의미할 수도 있고, 남성적인 면이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에 불안감을 느끼고 이를 보상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
(3) 눈
눈은 "세상을 향한 창문"이다. 눈은 외부로부터 정보를 받을 뿐 아니라 그 사람의 태도나 기분을 드러내 주는 역할을 한다. 집 그림에서의 창문처럼, 눈은 아동이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아동이 정서적 자극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며 이에 대해 스스로는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눈을 그리지 않는 경우 : 두 눈을 모두 그리지 않는 경우는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데, 이는 타인과 감정을 교류하는 데 있어 극심한 불안감을 느끼며 회피하고 있음을 의미할 수 있으며, 사고장애의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한쪽 눈만 그린 경우는 이러한 감정 교류에 있어서 접근과 회피의 양가감정을 느끼고 있음을 나타낼 수 있으며, 머리카락이나 모자로 눈을 가린 경우는 이러한 사회적 불안으로 인해 감정을 표현하고 타인의 감정을 수용하는 데 매우 위축되어 있음을 반영할 수 있다.
ⓑ눈의 크기 : 눈을 너무 크게 그린 경우 이는 타인과 정서적 교류를 하는 데 있어 지나치게 예민함을, 너무 작게 그린 경우는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위축되고 회피하고자 함을 나타낼 수 있다. 눈을 너무 진하게 그리거나 강조하는 경우는 이러한 감정적 교류에 있어서 불안감과 긴장감을 느끼고 있거나,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의 의심이나 방어적인 태도, 편집증적인 경향성이 있음을 의미할 수 있다.
ⓒ눈의 모양 : 때로 눈동자를 그리지 않고 눈의 윤곽만을 그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상징적으로 내적인 공허감을 반영할 수 있으며, 타인의 감정을 알고 싶지도, 자신의 감정을 보이고 싶지도 않음을 나타낼 수 있다. 눈을 점으로만 찍거나 가느다란 선으로 표현한 경우, 아주 가늘게 뜨거나 눈을 감은 것으로 그리는 경우, 이는 감정 교류 소통의 채널을 좁혀버린 것으로, 스스로 타인의 감정을 공유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 어떤 제약이나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있음을 의미할 수 있다. 눈꺼풀이나 속눈썹을 그려 넣는 경우는 이렇게 타인과 정서적으로 교류하는 것에 과민해져 있거나 집착하는 경향성을 반영할 수 있으며, 특히 아주 정교하게 그렸을 경우는 강박적 성격, 히스테리적 성격, 자기애적 성격 성향을 의미할 수 있다.
ⓓ눈썹 : 눈 위에 눈썹을 그리는 경우가 있는데, 경험적으로 이 모양이 코를 향하여 기울어진 모습으로 그렸다면 내면의 적대적인 태도를, 반원의 아치 모양이라면 경멸적인 태도를, 진하게 그렸다면 공격적인 태도를 의미할 수 있다. 물론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일대일식의 해석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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