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울증 아동
10세 된 초등학교 4학년 아동으로 컴퓨터에 지나치게 몰두하고, 수업 시간에는 멍하니 창문을 바라보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면들로 인해 학업성취가 부진하다는 것을 주소로 소아정신과에 내원하였다. 어머니가 아동의 일상적인 행동과 학습에 대해 과잉 통제적인 경향이 있어서 주변에서 부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아왔다고 한다. KEDI-WISC실시 결과, 전체 지능은 102로 보통 수준에 해당되었다.
(1) HTP
그림의 크기가 작고 종이의 오른쪽에 치우쳐 있으며 세부 묘사가 생략되어 있어,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동기나 활동 수준이 낮고 위축되어 있으며 우울한 면이 시사된다.
ⓐ집 : 격자무늬의 창문을 강조해서 그린 점이 주목할 많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싶은 욕구는 있으나, 이에 대해 망설이고 주저하는 면이 있어 보이고, 원활한 사회적 교류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인해 좌절감을 느끼고 있어 보인다. 자신이 사는 집이 아닌 상상의 집을 그리고, 그 집에 대해 "썰렁한 분위기이며 앞으로 부서질 것 같다."라고 설명한 것을 미루어 볼 때, 아동이 갖고 있는 자신의 집에 대한 지각이 차갑고 부정적이며, 미래에 대해서도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적인 기대보다는 절망, 무기력감이 커 보인다. 가족에 대한 심리적 소속감이 부족하고, 현재 가족 내에서 느끼는 정서적 어려움으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욕구가 많아 보이며, 이를 공상 속에서 충족시키고자 하나, 공상 활동 또한 부정적, 절망적인 경향이 있어 보인다.
ⓑ나무 : '가지가 다 부러진 것처럼 그려진, 잎이 하나도 없는 겨울나무'는 좌절감이 심하고 마음이 아프고 쓸쓸한 아동 자신의 현재 모습을 잘 나타내준다. 나무의 뿌리마저 드러나 있어,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즐거움을 추구할 만한 자원이 부족하고 정서적으로 매우 우울하고 무기력하며 불안정한 아동의 내면을 쉽게 엿볼 수 있다. 컴퓨터에 몰두하는 것은 이러한 내적인 우울감과 좌절감, 즐거운 경험의 결여를 과잉 보상하려는 아동의 유일한 '즐거움 추구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나무의 미래를 물음에 대해서 "이후에 사람들에게 구박받아 도끼로 잘려 죽겠다."라고 표현한 것은, 자신이 타인으로부터, 특히 가족들에게조차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없고 쓸모가 없으리라는, 부정적이고 절망적이며, 자기 패배적인 사고가 극명하게 투사된 것이다. 특히, "도끼로 잘려 죽겠다. 같은 표현에 함축된 '자기에게 향해진 분노'는 청소년기에 급증하게 되는 자살 생각이나 자살 시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아동이 청소년이 되기 이전에 빨리 다루어 주어야 할 시급한 정서적 문제이다.
ⓒ사람 : 아동 자신이 겪고 있는 정서적인 어려움이 '무표정하고 어깨가 축 늘어져 있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멍하니 생각하고 있는 남자 그림'에 잘 투사되어 있다. 손발의 처리가 매우 미숙한 점은, 나무 그림에서 가지 끝을 뭉뚝하게 잘린 듯이 표현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현재 아동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대처자원이 부족하다는 점을 나타내준다. 여자 그림에서 '귀신'을 그린 후 얼굴을 그맂 않은 것은 어머니에 대한 강한 분노와 부정적 태도가 투사된 것으로 보인다. 과잉 통제적인 어머니에 대해 억압된 분노감이 많으나, 한편으로 이에 대한 두려움 또한 많아서 양가적이고 갈등적인 상태에 있음을 추측해 볼 수 있다.
(2) KFD
KFD에서도 역시 어머니의 뒷모습을 그린 것은 여자 그림에서 얼굴표정을 생략한 것과 일관된 양상으로, 아동이 가지고 있는 어머니에 대한 지각과 태도가 상당히 부정적이고 갈등적인 상태에 있음을 나타내주며, 아동의 우울증 치료를 위해서는 어머니와의 관계에 대한 치료적 개입이 매우 중요하고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2) 불안장애 아동
11세 된 초등학교 5학년 남아로, 과격한 행동, 주의집중 곤란, 정서적 불안정성 등의 문제를 보여왔다. 아버지의 폭음과 어머니에 대한 구타를 일삼아 현재 부모가 이혼을 고려 중에 있다. KEDI-WISC 결과, 전체지능은 104로 보통 수준에 해당되었다.
(1) HTP
필압이 약하고, 짧게 끊어진 선으로 스케치하듯이 그리고 있어, 자신감이 부족하고 불안한 면이 시사된다.
ⓐ집 : 집의 규모는 크지만 스케치하듯이 그렸으며, 지면선도 그리지 않고 있어, 아동이 가정환경에 대해 불안정하게 느끼고 있음을 나타내준다. 아동은 이러한 불안감을 보상하기 위해 집 그림에서 창문의 개수를 일정하게 하고 좌우대칭이 되도록 그림으로써 통제력을 회복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문에 모두 '+'무늬의 창틀을 그려넣고, 문의 크기를 집에 비해 지나치게 작게 그리고 있어, 실제 대인관계에서는 위축되어 있고 방어적이며, 정서적 지지 기반이 부족하여 불안감이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나무 : '공중에 붕 떠 있고 뿌리가 드러나 있으며, 기둥에 흠집이 있고 나뭇가지가 가시처럼 뾰족하게 생긴 느티나무' 그림을 통해, 아동이 현재 느끼는 불안감과 가정붕괴에 대한 두려움이 얼마나 심한지 가늠해 볼 수 있다. 나무 그림에서 드러난바, 아동이 내적 대처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환경적 지지 대상이 없다는 점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사람 : 경직된 자세로 서 있는 사람을 그렸고 눈과 눈썹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어, 매우 불안하고 과민한 상태임을 추측해 볼 수 있다. 가정 내에서 부모의 불화와 폭력을 경험해 온 아동으로서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늘 두렵고 불안하므로 경계 태세를 한시도 멈출 수 없을 것이다. 여자 그림에서 소원이 무엇인지 묻는 PDI에 대하여 "매일 쉬기만 하는 것"이라고 대답한 것은, 만성적으로 느껴 온 집안의 불안한 분위기와 위기감, 학업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아동이 현재 매우 지쳐 있고, 의욕이나 활력이 부족하며,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편안히 쉬고 싶은 욕구가 반영된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혹은 늘 부에게 구타당해 온 모의 무기력하고 우울한 모습에 대한 아동의 지각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다.
(2) KFD
매우 불안정하고 갈등적이며 다툼, 불화가 많은 가정 분위기가 '전혀 상호작용이 없이 TV를 보는 가족들의 뒷모습'을 통해 표현되고 있다. 소원을 묻는 PDI에 대하여 "자기 가족이 행복하게 오래 사는 것"이라고 설명한 것은 자신의 가정이 깨어지지 않고 행복하고, 화목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내주고 있다. 아동이 자신과 더 친밀하다고 보고한 어머니보다는 아버지 옆에 자신을 그렸고 어머니의 머리에는 음영 처리를 하고 있는 점을 보아, 아버지와 가까워지고 싶은 욕구와 어머니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이 시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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