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4단계: 시각적 도식의 발달 시기
6~9세 무렵이 되면 아동의 미술적 표현능력이 급격히 발달하게 되고, 여러 가지 복잡한 특성들의 그림이 나타나게 된다.
피아제의 분류상 전조작기 후반과 구체적 조작기 초반에 해당하는 시기로, 아동은 보존과 무게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고, 항목들을 순서대로 배열하며 개념적으로 조직화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사물을 지각하는 데 있어 자기중심성이 점차 줄어들어, 사물들을 자기 자신과의 관련성 속에서보다는 사물들 상호 간의 관련성 속에서 표상할 수 있게 된다.
이 시기가 되면 사람, 동물, 집, 나무 등 여러 사물에 대한 시각적 상징과 사실적 도식이 보다 정교하게 발달하여, 아동은 이를 토대로 보다 사실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다. 또한 색깔과 사물 간의 관계를 이해함으로써 나뭇잎은 녹색으로 장미꽃은 빨간색으로 칠하게 된다. 하지만 나뭇잎을 칠해야 할 때 연두색이나 단풍잎의 색 등 다양한 색으로 칠하지 못하고 경직되게 녹색으로만 칠하는 등 여전히 융통성이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
7~8세가 되면 깊이를 표상할 수 있는 능력이 발달하여 그림을 삼차원적, 입체적으로 그릴 수 있게 되며, 위에서 내려다보거나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식으로 그리는 그림도 가능해진다. 이와 관련하여 투시적인 그림도 나타나게 되는데, 예를 들어 동물을 내장까지 다 보이게 그리거나, 탁자 뒤에 서 있는 사람을 그릴 때 탁자에 가려졌어야 할 모습까지 모두 그리기도 한다.
크기를 과장해서 그리는 것 또한 이 시기 아동이 자주 보이는 특징이다. 특정 사물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그림을 크게 그리는 것, 예를 들어, 자신을 집보다 더 크게 그리는 것은 매우 흔하고 정상적인 표현양상이다. 마지막으로 이 단계에서는 날아오는 야구공을 방망이로 치는 그림과 같이 연속하여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
5.5단계: 현실주의 시기
피아제의 발달 단계 분류에 따르며, 9~12세경에 이르는 이 시기는 구체적 조작기 후반에 해당한다. 이 시기부터는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의 생각, 견해, 감정을 고려할 수 있게 된다. 대인관계, 인과관계, 상호의존성에 대한 이해가 움트기 시작함으로써, 집단 내에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또한 점차 자신의 주변 세계를 자각하게 되고, 자신이 지각한 바를 표상하고 이를 표현하는 방식이 더욱 세련되고 정교해진다.
9,10세경부터 아동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도식적 표상, 즉 전형적인 모습에 의존해서 그리는 수준에서 벗어나 사물의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모습을 묘사하고자 하는 시도를 하게 되고, 그러면서 그림의 표현 양상이 더욱 복잡해진다. 또한 이 시기부터 원근감을 표현하려는 노력을 처음으로 하게 되는데, 예를 들어 나무를 그릴 때 밑에 땅을 표현하는 선하나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하늘과 만나는 지평선의 모습을 깊이감 있게 그리려고 한다.
이와 더불어 주변 사물을 묘사하는 색깔도 더욱 정교해져서 나뭇잎을 녹색으로만 그리지 않고, 연두색, 노란색, 단풍잎의 색 등 여러 가지로 다양하게 표현하기 시작하며, 사람 그림도 더욱 정교하고 세부적으로 그릴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림의 독창성과 표현의 자유로움이 줄어들고, 대신 좀 더 관습적인 표현방식을 구사하며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묘사를 주로 하게 된다. 그림을 정확하게 그리는 것이 가장 잘 그리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 시기의 아동들에게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더 이상 칭찬받거나 새롭게 주목받을 만한 일이 되지 못한다. 그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회화 능력의 발달은 이 단계에서 멈춰진다.
6.6단계: 청소년기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10세 무렵이 되면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한다는 데 대한 좌절감이나 실망으로 인해서, 혹은 그림 외의 다른 영역에 대한 관심 때문에 미술 실력이 향상될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10세 이후 청소년들도 회화 능력이 이전 단계 정도의 수준에 머물게 된다. 다만, 13~14세경에 좀 더 발달하는 측면이 있다면 이는 깊이나 원근감을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고, 깊이 차원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또, 세부적인 부분에 대한 묘사를 비롯한 묘사의 정확성이 향상되며, 추상적인 이미지를 구성하는 능력도 생기게 된다.
회화의 소질과 적성이 있는 일부 청소년들은 이 시기에 미술 실력이 매우 발달하여, 예술적 기교까지 익힐 수 있게 되기도 한다. 아동들이 사람, 동물과 같이 '주변 환경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데' 주력한다면, 청소년들은 이를 뛰어넘어 그림을 통해 철학이나 가치관, 자신에 대한 생각을 '스스로 의도하여' 상징화하고, 그럼으로써 자기를 표현하고 외부 세계와 의사소통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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